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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바깥은 여름 / book review

오늘의 book review는

 

김애란 작가님의 소설 

 

 

 

바깥은 여름

 

 

<바깥은 여름> 이다 !

 

나는 이 책을 읽고서

김애란 작가님의 표현력에 너무 감탄해

뭔가 알 수 없는 감정이 들었고,

 

그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어

며칠 뒤에 한 번 더 읽기도 했다.

 

[인상깊은 구절]

 

-11월이네, 무덤덤한 아내의 말이 새삼 시렸다.

 

이 구절은,

어린 나이의 아들을 저 세상으로 떠나보내

슬픔에 빠져있는 부부의 대화에서 나온 말이다.

 

11월이네..라는 말이 별 것 아닌 말일 수 있지만

핏덩이 같던 아들을 잃은 부부에게는

아주 슬픈 말이 되었다.

 

 

 

-그 시절 찬성은 인생의 중요한 교훈을 몇 가지 깨달았는데,

돈을 벌기 위해선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과

그 인내가 무언가를 꼭 보상해주진 않는다는 점이다.

 

소설 속 찬성은

어린 나이에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

 

너무 이르긴 해도..

 

 

 

-할머니는 대답 대신 볼우물이 깊게 패게 담배를 빨았다.

담배 연기가 질 나쁜 소문처럼 순식간에 폐 속을 장악해나가는 느낌을 만끽했다.

그 소문의 최초 유포자인 양 약간의 죄책감과 즐거움을 갖고서였다.

 

담배연기가 폐 속으로 퍼져나가는 모습을

'질 나쁜 소문'에 비유한 게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질 나쁜 소문'은 언제나 그렇듯,

약간의 죄책감과 즐거움이 동반한다.

 

 

 

 

-보드라운 뺨과 맑은 침을 가진 찬성과 달리 할머니는 늙는 게 뭔지 알고 있었다.

늙는다는 건 육체가 점점 액체화되는 걸 뜻했다.

탄력을 잃고 물컹해진 몸 밖으로 땀과 고름, 침과 눈물, 피가 연신 새어 나오는 걸 의미했다.

 

늙는다는 게 뭔지 가늠도 못할 찬성과

이미 늙어버린 할머니의 모습을 

슬프지만 냉철하게 드러냈다.

 

 

 

-이때 이곳의 풍경은

한밤 중 만조에 잠긴 갯벌처럼 고요하고 캄캄하다.

 

김애란 작가님은 

그냥 '고요하고 캄캄했다.'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고요하고 캄캄한 게 어느 정도인지,

어떤 분위기인지,

그 속에서 어떤 감정이 들 수 있는지 등을

독자가 알 수 있게끔

'한밤 중 만조에 잠긴 갯벌'로 표현했다.

 

 

 

 

-햇빛이 충분치 않은 공간에선 이따금 플래시가 터졌다.

사진기는 펑! 펑! 시간에 초크질하며 현재를 오려갔다.

 

사진 찍는 장면을 묘사했다.

 

사진을 찍는 현재는

1초만 흘러도 과거가 돼 버린다.

 

그러한 사진의 특성을

'시간에 초크질하며 현재를 오려간다.'라고 드러냈다.

 

정말 말문이 막히는 표현이라 생각한다.

 

 

-게다가

옆자리의 학생들이 몇십 분째 누군가를 맹렬히 헐뜯는지라

나는 그만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걔가? 그 교수랑? 어머, 어떻게 그래?

타인이 아닌 자신의 도덕성에 상처 입은 얼굴로 놀란 듯 즐거워하고 있었다.

나도 잘 아는 즐거움이었다.

 

험담의 즐거움이다.

 

 

 

 

-대학은 대학인지라 봄에는 연두가,

가을에는 주황이 어여뻤다.

 

이 문장을 읽자마자,

내 머릿속에는 수많은 꽃들이 만개한 

대학교의 풍경이 떠올랐다.

 

 

 

-강의를 마치고 돌아올 때 종종 버스 창문에 얼비친 내 얼굴을 바라봤다.

그럴 땐 ‘과거’가 지나가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차오르고 새어 나오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나를 지나간 사람. 내가 경험한 시간, 감내한 감정들이

지금 내 눈빛에 관여하고, 인상에 참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표정의 양식으로,

분위기의 형태로 남아 내장 깊숙한 곳에서 공기처럼 배어 나왔다.

 

'1분 전의 나'와 '현재의 나',

그리고 '1분 뒤의 나'는 같은 사람이 아니다.

 

생각은 계속해서 변하고 

감정은 수시로 바뀌며

미래에 대한 계획도 자주 변경된다.

 

하지만 '과거의 나'의 모습이

'현재의 나'에게 아무런 영향이 없는 건 아니다.

 

나의 모습이 축적되고 있는 듯하다.

 

마찬가지로,

'현재의 나'의 모습이

'미래의 나'의 모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전 내 비가 내렸다.

비가 오면 십자가도 물에 젖는다.

낮에 시장에서 사 온 우럭 두 마리를 도마로 옮긴다.

칼 쥔 손에 힘을 주자 생선뼈와 근육, 살 으스러지는 감촉이 몸 전체로 퍼진다.

손아귀 속 떨림이 흐린 원을 그리며 내 몸 가장 먼 데까지 퍼진다.

 

내가 두툼한 우럭을 칼로 손질해 본 적이 없음에도,

이 문장을 읽고

마치 내가 우럭을 손질해본 듯한 느낌을 갖게 됐다.

 

작가님의 표현이 너무 입체적이어서

이 문장만 몇번을 읽었는지 모른다.

 

 

 

 

 

 

-그건 아마 재이도 마찬가지였으리라.

익숙한 것과 헤어지는 건 어른들도 잘 못하는 일 중 하나니까.

긴 시간이 지난 뒤, 자식에게 애정을 베푸는 일 못지않게

거절과 상실의 경험을 주는 것도 중요한 의무란 걸 배웠다.

앞으로 아이가 맞이할 세상은 이곳과 비교도 안 되게 냉혹할 테니까.

이 세계가 그 차가움을 견디려

누군가를 뜨겁게 미워하는 방식을 택하는 곳이 되리라는 것 역시

아직 알지 못할 테니까.

 

헤어짐에 익숙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이

그 사람이 정말 미워서라기 보다,

 

이 세상의 냉혹함을 견디기 위해

택한 방식일 수 있다.

 

 

 

-뺨 위에서 맥박이 뛰듯 얼굴이 화끈거렸다.

 

 

 

 

-어둠 속 손끝 감각에 의지해 홈 버튼을 누르자

작고 네모난 기계가 기침하듯 빛을 쏟아냈다.

 

불 꺼진 방안에서 스마트폰을 켰을 때

새어 나오는 불빛을

작가님은 이 문장으로 표현했다.

 

 

 

오늘의 book review

김애란 작가님의

<바깥은 여름>은 여기까지 !

 

 

작가님에게 

"이렇게 독창적이고 감각적인 표현은 어떻게 하시는건지.." 여쭤보고 싶다.

작가님의 표현력의 반의 반만 따라가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