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book review는
장석주 작가님의
<도마뱀은 꼬리에 덧칠할 물감을 어디에서 구할까>이다.
이 책은 장석주 시인의
산문집이다.
이 책은 울림이 깊어서 너무 좋았다.
[인상깊은 구절]
-직립보행
걷기의 진정한 기쁨은 혼자 걸을 때 뚜렷해진다.
혼자 걸으며 세계의 침묵을 음미해 보라.
대기의 금을 울리는 바람과 그 소리에 화답하는 풀들과 나뭇잎들이 서걱거리는 소리.
혼자 걸을 때 자연은 우리에게 말하기보다 경청하는 자질을 더 키우게 한다.
혼자 걸을 때 자신의 깊은 속 마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나와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을 바라보면
온 세상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다면,
꼭 한 번 조용히 걸어봤으면 한다.
-문체
문장은 언어의 통사론적 규칙과 질서에 의해 만들어진다.
반면에 문체를 만드는 것은 글 쓰는 이의 개성이다.
‘니체’는 피로 쓰라고 말한다.
이때 피는 글 쓰는 이의 정신이자 자아다.
문장에 그것을 쓴 사람의 낙인이 찍히면 문체가 된다.
문체는 언어의 통사론적 구조에 스미고 섞인 주체의 피와 체액의 밀도가 결정한다.
같은 단어를 쓰더라도,
글을 쓰는 사람에 따라
하나의 단어를 다른 의미로 쓰게 된다.
그 단어의 위치나 단어에 투영되는 의미가 달라,
개성이 드러나게 된다.
-술
마셔보니, 이것은 물의 불이다.
살을 덥히고 피를 덥힌 뒤 심장 박동을 한껏 빠르게 뛰도록 한다.
많이 마셔보니, 물의 불이 나를 삼키는 것을 알겠다.
감정의 평정을 잃고 혀가 날뛰는 것을 알겠다.
이성을 잃도록 마셔보니, 마침내 알겠다.
술은 환(幻)을 불러온다.
그 환의 중심에서 의기양양해지고, 잃어버렸던 젊음과 자유를 되찾는다.
물론 의식의 착종이 빚은 비극이다.
깨고 보니, 현실은 삭막하고 되찾은 것으로 알았던 젊음과 자유는 자정 너머 사라지는 신데렐라의 마차,
즉 헛것이나 망령이었다.
과음 뒤 이튿날은 항상 지옥이었다.
깨 보니, 숙취와 머리가 깨지는 두통, 괴물이었다가
아주 작은 재앙 덩어리로 위축된 자아가 있었다.
'술'에 대해 이렇게 표현하다니
울림이 깊다.
정말 대단하시다.
-느림
위빠사나 수행자들은 찰나에 마음을 집중한다.
찰나가 영원이다.
위빠사나 수행자들은 찰나를 영원으로 사는 사람들이다.
찰나에는 느림과 빠름의 분별이 없다.
흘러가 버린 시간과 흘러오는 시간 사이에 찰나가 꽃봉오리를 연다.
그 찰나에서 삶은 빛난다.
(...)
오솔길을 느리게 걸어보라.
숲의 향기, 바람의 상쾌, 내 몸을 떠받드는 흙의 안정감이 오롯이 내 것이 된다.
느림은 쉼이고, 여유이고, 한가로움이다.
느림은 온갖 즐거움을 누리고 행복의 겨움을 향유하는 시간이다.
느림이 없다면 즐거움도 행복도 없다.
기쁨을 후일로 미루기만 한다면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날은
언제 올지 확신할 수 없다.
지금, 이 찰나의 순간을
충만하게 느껴야 계속 행복할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당신의 활이다
청춘, 어른과 소년의 중간. 그건 비릿한 나이다.
가슴에 꽃과 태양과 연어와 맹수를 품고 질주하는 게 청춘이다.
꿈과 육체, 젊음의 오만과 희망이 청춘의 재산이다.
허나 꿈과 육체, 젊음과 희망은 환전이 안 되는 재화다.
물론 그 가치에 합당한 환불도 불가능하다.
청춘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얼굴
누군가는 표면이라고 우길 테다. 하지만 이것은 표면이 아니라 심층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심층을 머금은 표면이다.
얼굴이 신체의 바깥에 드러나 있지만,
내면의 마음을 다 표현해주는 역할을 한다.
얼굴만 봐도 어떤 감정인지 알 수 있다.
-눈
‘눈을 감다’는 말은 죽음을 가리키는 대체적 관용구이기도 하다.
눈을 감는다는 것은 모든 것의 끝이니까.
앞으로 볼 게 없다는 건
끝나는 것이다.
-왼손
왼손은 나약하지만 숭고하고, 덜 유능하지만 고결하다.
왼손은 조울증 기질을 가진 낭만적 예술가요, 세상에서 찾아보기 힘든 이타주의자다.
-다시, 비움
먼저 마음 안에 꽉 차 있는 원망과 분노 따위를 내려놓으려고 애썼다.
분노와 슬픔은 마음을 채운 욕망에서 비롯한다.
욕망이 남아 있는 한 마음에 괴로움은 그치지 않는다.
단순한 진리다.
물을 채운 항아리는 물로 출렁이는 법이다.
물을 채운 항아리는 물로 출렁이듯이,
분노로 채운 마음은 분노로 출렁인다.
마음 속에 무엇을 담느냐가
어떤 감정을 일으키는지를 결정한다.
-시립 도서관
허나 돌이켜 보면, 젊은 시절에 더 치열하게 책을 읽지 않은 걸 반성하게 된다.
나는 책을 꽤나 읽은 사람으로 소문나 있지만 읽은 책보다는 읽지 않은 책들이 몇 천 배, 아니 몇 만 배나 많다.
책들의 대양에서 읽은 책들이라고 해봤자 티스푼 하나 떠낸 정도나 될 것인가!
읽지 않은 책들은 그 끝을 알 수 없는 대양으로 출렁인다.
특히 고전들을 젊은 시절에 읽지 않은 게 뼈아프도록 후회가 된다.
왜 넘치도록 시간이 많은 젊은 날에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더 많은 고전들을 읽지 못하였는가!
오늘의 내 한계는 그 시절 독서의 한계에서 비롯된다.
나는
이 구절을
이 젊은 나이에 읽은 것을
엄청 다행으로 여긴다.
고전은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지만,
앞으로는 차차 고전도 읽어보려고 한다.
고전에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와 깨달음이 있다고 들었다.
오늘의 book review,
장석주 작가님의
<도마뱀은 꼬리에 덧칠할 물감을 어디에서 구할까>는
여기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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